[문화산책] “인천문화, 거간문화로 남지 말아야”…인천일보.2023.8.3일자
by 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문학박사
부평아트센터 모퉁이에 365일 유엔기와 성조기, 태극기가 나란히 나부낀다. 여기에 이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는지를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싶다. 이곳이 부평전투전적비가 세워져 있기에 깃발이 나부낀다.
부평전투는 1950년 9월18일 인천상륙작전 기간에 부평 원통이고개에서 인민군 전차를 격파한 전투이다. 이 전투로 부평 조병창을 탈환할 수 있었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직전 야전사령관에게 부평 조병창을 조기 탈환하라는 명령을 두 번씩이나 한 바 있다. 부평 조병창기지는 김포비행장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서울 수복을 위해서는 군수물자 수송에서는 반드시 조기 탈환이 관건이었다.
부평전투전적비는 부평 조병창에 들어가는 원통이고개 입구, 현재 부평 삼거리역 부근에서 전차로 막아선 인민군을 유엔군으로 참전한 미해병대가 격멸하면서 부평 조병창으로 곧장 진격해서 김포 비행장을 하루 만에 탈환하는데 결정적인 중요한 전투를 기리기 위해 부평아트센터에 세워졌다.
부평전투전적비는 부평의 문화 저력을 보여준다. 매년 부평지역 보훈단체들이 나서서 부평전투전적비를 둘러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문화는 기억하는 행위다. 이것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부평지역 보훈단체들이 지역에서 문화 행위를 제대로 한다고 판단 된다.
부평의 문화기관은 이런 행위가 왜 중요한지 모른 채 지역 방향성과는 전혀 무관한 행사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부평구가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어 5년간 180억원을 부평지역 문화발전에 투여해 오고 있다. 이제 3년 반이 지났고, 이젠 1년 반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역 방향성과 전혀 상관없는 얼치기 행사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으니 딱하기까지 하다.
지역에서 문화도시는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재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문화도시는 국비 확보용 전시 행정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엉뚱한 현상이 부평만의 현상이 아니라, 인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우려가 크다. 인천 사람들이 인천문화를 스스로 홀대하는 데에는 일등이다. INK라는 행사를 보면 그렇다.
인천시가 수억 원의 인천시민들의 세금을 들어 개최하는 INK(Incheon K-POP Concert) 행사 어느 구석에도 인천과 연관된 것은 없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에 둔 ‘제물포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유 시장은 지역 역사와 지역 문화 기반으로 새로운 인천의 꿈을 키우자고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시 공무원 조직은 INK이라는 국적 불명의 행사를 밀어붙인다. 유 시장에게 제대로 보고됐는지 궁금하다. 재검토되어야 한다.
유 시장은 문화예술 예산 3% 달성을 공약했다. 인천의 역사와 흔적이 전혀 없는 일회성 행사에 투여되는 예산만이라도 바로 잡아도 문화 예산 3% 달성 효과보다 더 큰,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인천의 가치와 인천의 자존심이 생긴다.
INK 행사가 인천 땅에서 계속되는 한 인천문화는 타지역에 장소을 빌려주는 거간문화라는 비웃음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 그래서 인천엔 문화 자존심이라고는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든 것이다.
인천문화의 자존심은 세워야 하지 않겠나! 거간문화로 남지 말자.
/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문학박사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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