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 정유천 ROCKCAMP 대표 · 인천밴드연합 회장-“애스컴시티 역사 살린 음악도시 부평을 꿈꾸다”
인천뉴스: 이연수 기자 /2019.07.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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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컴시티 역사 살린 음악도시 부평을 꿈꾸다”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가 형성된 곳은 미군기지 내·외에 있던 클럽들입니다. 인천은 애스컴시티가 외국의 대중음악을 보급하는 창구역할을 하면서 구창모(송골매 보컬), 최성수, 유심초, 백영규, 이승재, 김재덕(서울패밀리 리더), 신지(코요테) 등 부평출신 유명가수들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음악역사가 부평만이 가진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유천(61) ROCKCAMP(라이브클럽) 대표가 일제강점기에 육군조병창(일본 육군에서 무기, 선박 등을 제조하던 곳) 자리에 들어섰던 미군 제24지원사령부(ASCOM 24 ·이하 애스컴시티)가 위치했던 부평과 그로 인해 꽃이 피었던 대중음악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 대표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한국전쟁 직후 한국과 미국이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부평에 자리를 잡은 애스컴시티는 캠프 마켓과 더불어 형성된 캠프 하이예스, 캠프 그란트, 캠프 타일러, 캠프 아담스, 캠프 해리슨, 캠프 테일러 등 7개 구역을 통틀어 불리는 말이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한국에 대한 복구사업 등을 지원하기위해 보급창, 공병대, 항공대, 의무대, 후송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대가 부평으로 들어오면서 애스컴시티라는 거대한 도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정 대표는 “당시는 먹고살기가 힘든 시절이어서 애스컴시티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한국인 노동자들도 많았다”며 “경기도 포천에 살던 나는 아버지가 미군기지 내 요리사로 취직하면서 애스컴시티에 입성하게 됐다”는 말로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후 1973년 6월 30일 애스컴시티가 공식적으로 해체되면서 많은 한국인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이곳을 떠나갔다”며 “그러나 애스컴시티는 한창 자라던 소년의 가슴에 음악이라는 씨앗을 심었다. 그 씨앗이 곧 나의 인생이 되었다”고 말했다. 담담하지만 진솔함이 묻어 있는 목소리에는 음악과 삶 그리고 부평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있었다.
애스컴시티는 실력있는 많은 뮤지션들을 배출해 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미군들의 여가를 위해 형성된 미군부대 영내와 신촌(부평3동)에 성행했던 클럽들이 해외 대중음악을 국내에 소개하고 보급하는 창구역할을 하면서 신중현, 패티김, 현미, 한명숙, 최희준, 이금희, 길옥윤, 이봉조, 김홍탁(키보이스)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한 미8군 출신 뮤지션들을 배출해 냈다.
정 대표는 “지금은 애스컴시티만의 독특한 낭만을 찾아볼 수가 없다. 과거 애스컴시티 내 부대가 있던 곳도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며 “바람이 있다면 캠프마켓만큼은 남은 공간과 연계해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든공원 야외공연장이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공간을 가진 음악도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평은 바다나 높은 산 등 뚜렷한 유형의 자원이 없다. 그러나 대중음악이 화려하게 꽃피워 뿌리를 내리게 했던 애스컴시티라는 무형의 역사 자원이 있다”며 “이러한 역사자원을 제대로 살릴 수만 있다면 부평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음악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 대표는 부평에서 라이브클럽인 ROCKCAMP를 운영하면서 인천밴드연합 회장과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미약한 힘이지만 젊고 실력 있는 인디밴드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지키기 위해 어려운 여건이지만 클럽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인천에만도 90여 개의 실력 있는 음악 밴드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애스컴시티에서 품은 음악이란 씨앗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음악인으로 살아온 그가 후배들을 보면서 드는 속상한 마음이리라.
정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부평이 역사음악도시로 거듭나서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실력 있는 밴드들이 부평을 찾아오는 날이 어서 오길, 나는 아직 희망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연수 기자 press@inche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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