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음악창작소, 인천에 뼈 묻을 인천인이 운영해야(인천일보 2022년 5월 10일자)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는 3년 전 인천 부평 삼릉 쪽에 인천음악창작소를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부평 쪽 행정 책임자에게 음악창작소를 유치·신청하면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발상지라는 유일한 역사성이 존재하기에 다른 지역과 비교해 경쟁력이 높다며 설득했었다.
부평 삼릉에 부평2동 행정복지센터가 신축되면서 기존 행정복지센터를 음악창작소로 구축하고, 나중에 부평 캠프마켓 B구역이 반환되면 그곳으로 음악창작소를 이전하는 계획까지 제시했지만 당시 부평 쪽 행정 책임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제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속이 상했다.
그러자 인천시가 몇 개월 뒤 독자적으로 음악창작소를 부평 캠프마켓 내 건물을 활용해 운영한다는 계획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에 응모하기에 이르렀고, 2020년 3월 음악창작소 조성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음악창작소가 한국 대중음악의 발상지인 인천 부평에,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을 판인데 다소 늦게 조성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그나마 부평 캠프마켓 B구역 내 잔존 건물을 이용해 음악창작소가 조성되는 기회가 마련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부평 캠프마켓 내에 음악창작소가 조성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기에 그렇다.
부평 캠프마켓을 아우르는 7개 캠프가 부평에 애스컴시티 기지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애스컴시티 미군기지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클럽만 무려 24개나 있었다. 클럽은 장교클럽, 부사관클럽, 사병클럽으로 나눠 운영됐는데 밤마다 미 8군 오디션을 통과한 한국 청년 밴드들이 출근해서 매일 연주를 한 곳이기에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미 8군 오디션을 통과한 한국 청년 밴드들이 인천 부평에서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재즈, 블루스 등을 악보 없이 채보해 연주하면서 새로운 미국 음악을 처음으로 받아들이고 연주한 곳이기에 그 이후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장을 펼쳐낸 역사적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음악창작소는 2년 간 총 32억 원(국비 10억 원, 시비 22억 원) 예산이 투입된다. 이후엔 인천시가 음악창작소를 자체 운영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천음악창작소 지원 조례’ 제정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는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발상지이자 전파지라는 사실을 재발견하고, 2018년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 1, 2, 3 코스를 조성했고, 2019년에는 제 1회 애스컴 블루스 페스티벌을 부평공원에서 개최했다. 2020년엔 제 2회 애스컴 블루스 페스티벌, 2021년엔 제 3회 애스컴 블루스 페스티벌을 연이어 개최하면서 인천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빛나는 금자탑을 세웠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천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사의 빛나는 금자탑을 세운 곳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데 있어 또 다른 기회로서 인천음악창작소가 놓여 있었다. 그래서 2020년 6월부터는 당시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김성준 위원장과 이용선 부위원장 등을 만나 관련조례 제정의 필요성과 함께 조례에 담길 목적에 ‘지역 음악인 창작 활동 및 공연 활동 지원’이 인천음악창작소가 해야 할 제 1목표임을 담은 조례(시안)을 전달했고, 해당 상임위에선 대부분의 내용이 통과되어 2021년 11월 8일 인천시의회 본회의가 인천음악창작소 관리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인천음악창작소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지역 음악인 창작 활동 및 공연 활동 지원’, 즉 지역 음악인을 위한 음악창작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못 박는 데에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가 기여했음을 이참에 밝혀둔다.
이처럼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가 인천지역 음악인을 위한 인천음악창작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데는 까닭이 있다. 여지껏 인천에서 벌어진 대중음악 관련사업들을 보면 지역 내 대중음악인들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진행됐고, 주로 서울 쪽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부나방처럼 왔다 가버리면서 사업 성과는 지역에 축적되지 못했다. 사업이 끝나면 그들은 인천을 떠났고, 인천지역 음악인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공연 무대에 설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인천지역 음악인들을 위해 조성되는 인천음악창작소가 지역 음악인들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선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나서게 된 것이다.
인천음악창작소가 지역 음악인들의 음악 활동과 공연 활동 지원이라는 고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천 부평 대중음악의 넓이와 폭을 잘 알고 있고, 인천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발상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과 모임이 인천음악창작소를 운영해야 그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 그래야 인천을 버리지 않는 인천음악창작소, 인천지역 음악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인천음악창작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음악창작소는 인천의 정체성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과 모임이 운영해야 바람직할 것이다. 인천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낼 수 있게 되고, 이를 발판 삼아 부평 캠프마켓 내에 ‘한국대중음악자료원’을 유치하는 동력도 다시 되살려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인천음악창작소는 인천을 잘 알고, 인천에서 뼈를 묻을 사람들과 모임이 운영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더 이상 타지 사람과 수익을 좇는 무리에게 인천을 내어주지 말자.
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문학박사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3574)